예능 프로그램은 멀리하고 사는 편이지만, 이건 꼭 포스팅해 놓고 싶었다.
싱어게인 30호, 이승윤 씨가 부른 "치티치티뱅뱅"을 접한지 4일째인데 여전히 그 기분좋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처음 추천해준 건 63호 노래였다. 그가 부른 "거기 누구없소", "휘파람"에 흠뻑 빠져있을 때였는데, 구글이 인도해준 다음 동영상인 30호의 "Honey"를 듣게 되었다. 정말 별 생각이 없이 눌렀다. 30호는 장발의 순수한 청년 아티스트 모습이면서도 뭔가 만만치 않은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노련하면서도 자유로웠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를 꽤나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 정도로 보았다. 그의 "치티치티뱅뱅"을 보기 전까지는. 63호와 라이벌 무대에서 선보인 그의 퍼포먼스는 내 몸 속에 미세한 떨림과 몇 년간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단 번에 천재적인 무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 중 어떤 분이 대기실에서, 그리고 유희열씨가 심사평에서 언급했듯, 그가 선보인 장르 파괴와 신선함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다음 날 내 머리 속에 서태지를 소환시켜 "발해를 꿈꾸며", "하여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시절 함께 들었던 Rage against the machine도 생각났다.)
왜 이렇게 그의 무대가 좋았던 걸까?하고 질문해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의 몰입이었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My Way를 가는 가겠다는 그의 음악 정신이 멋있었다. 중년의 나이를 향해 가는 나로서는 그 용기와 패기가 부럽기도 했다.
"니들이 나를 평가한다고? 그냥 지나가 줄래? 나는 내 길을 갈 뿐이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승부할 꺼야. 이 무대에 그냥 오디션 보러 온 게 아니라 내 음악을 보여주러 온거야. 나는 이 무대를 즐길 꺼니까 너희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라는 듯한 그의 외침.
주어진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켜 버리는 용기, 엄청난 무대 장악력, 카리스마, 장르를 왔다갔다 하는 음악성,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관객 호응을 유도하는 여유까지... 그의 퍼포먼스를 본 사람은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ffrIuSGt0&list=LL&index=1
역시 사람은 자신의 길을, 자신의 색깔대로 열정을 다해 갈때 멋있고, 자신의 세계에 완전히 집중할 때, 다른 사람들도 그 세계를 집중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30호, 이승윤 씨는 이 날 완전 멋있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그의 도전의식에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들을 패자로 만들겠다는 그의 선전포고는 완전한 예언이 되어버렸다.)
이효리 씨의 치티치티뱅뱅과 다르게 개사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한 블로그 님께서 비교해주신 표를 가져왔다.)
https://blog.naver.com/steelzxc/222185923591
치티치티뱅뱅 싱어게인 30호 가수와 이효리 가사 비교
어...생각을 정리하려다보니 글을 많이 쓰게 되네요싱어게인 30호 가수의 유튜브를 또 보다가 가사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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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경쓸 필요없다. 오롯이 나라는 존재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에 집중하면 된다. 2021년에도 내 맛대로, 내 방식 때로,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겠다는 경건한 마음을 다시 깨워준 30호 가수, 이승윤씨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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