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란, 어떠한 사실이나 주장을 인식할 때 그것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요인 혹은 이미지가 인식의 어딘가에 닻을 내리게 되고, 닻 내린 지점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래는 11번가 쇼킹딜을 가면 볼 수 있는 화면인데요. 이 화면을 본 순간 이미 제 머리속에는 "이 테이블은 특정 시간대에 판매하는 특별 프로모션이다. 흔치 않은 기회다!"라는 앵커링이 되어 버립니다.
사실 저는 간편 접이식 보단 3단 접이식 테이블이 필요했으며, 가격적으로 훨씬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1번가 특별 프로모션 테이블이 구매에 있어서 어떤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앵커링 효과를 효과적인 구매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물건 가격의 흥정을 할 때, 택도 없어 보이는 가격 할인을 요구하다가 적당히 네고하여 결국 자신이 원했던 가격대로 사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앵커링 효과는 판단 기준의 범위를 닻 내린 부근에 형성시켜 버림으로 그 사람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못하게 하는 등 유연한 의사결정을 방해합니다.
국제간 협상에서도 앵커링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그랬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과 무역 전쟁을 하면서 500억 달러 중국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이후에 계속 밀당을 합니다. 그러다 2019년에는 2,000억 달러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린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양보하는 척 보류하죠. 어치피 올리지 않아도 되는 관세였는데, 30%로 올린다고 했다가 취소하면서 마치 "중국 너희 입장에서 5%의 이득을 본 것이니 감사해라"라고 강요하는 듯 했습니다.
결국 당시 13차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미국 농산물 500억 달러치를 구매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 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미국이 미중전쟁에서 경제적인 실리는 그닥 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차피 미중전쟁이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오늘 내린 의사결정 중 앵커링 효과에 걸린 것은 없었나요? 하나의 기준에 자신의 마음이 매몰되어 버려서 새로운 것을 선택하기 어려웠다면 이미 앵커링 효과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앵커링 효과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가 매도타이밍 실패입니다. 예를 들어 "유니콘(가칭)"주식을 3천원에 매수한 A씨는 해당 주식이 5천원까지 가자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A주식이 7천원이라는 신고가를 기록합니다. 계속 상승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에 A씨는 해당 주식을 쉽사리 매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다음 날 A주식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6,500원 → 5,000원까지 떨어지지만 A씨는 매도하지 못합니다. 신고가인 7천원이라는 가격이 이미 앵커링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7천원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깊게 닻을 내린 것이죠. 그러다가 유니콘 주식이 4천원까지 내려와도 팔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 동안 해당 주식이 횡보를 하게 되면, A씨는 빡침의 고뇌를 겪어야 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주식 투자를 하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법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이렇게 앵커링 효과는 우리 삶에 이미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이 앵커링 효과의 덫에 걸린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이것을 이용하게 자신의 실리를 취하기도 합니다.
외부의 어떤 기준이 함부로 자신의 인생에 앵커링하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판단기준을 앵커링 하기만 해도 인생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굴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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