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녹스 이슈는 니콜라 사태와 데칼코마니?
9.10일 ‘힌덴버그 리서치’라는 미국의 금융 분석 업체에서 니콜라(NIKOLA)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냈습니다.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거짓말로 자동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며, 니콜라 트럭이 달리는 모습은 외진 도로의 언덕에서 차를 굴린 것에 불과하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CEO인 트레버 밀턴(39)은 사장직에서 물러났고,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많은 주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후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9.10일 42불이던 주가는 급락 이후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10.2일 현재 24불입니다.)
니콜라 사태의 불똥은 한화솔루션에도 번졌습니다. 한화그룹은 '18년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를 통해서 니콜라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투자한 GM의 경우 현물 투자 없이 니콜라에게 제조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조건만으로 11%의 지분을 받은 반면, 한화의 경우 1,20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하였기에(지분 6.13%소유)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더군다나 니콜라를 통해 수소생태계에 진입하려고 했던 그룹의 신사업 계획이 흔들리게 된 것이 주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투자자로서 지켜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참조,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31362)
그런데 니콜라 사태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SKT가 투자한 "나녹스"에 대해서도 시트론과 머디워터스에서 공매도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9.16일)
나녹스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디지털 엑스레이를 개발한 이스라엘 의료 장비 기술 기업으로, "나녹스 아크"라는 기술을 상용화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의 아날로그 X ray방식과 비교해서 방사능 노출 시간을 1/30으로 줄일 뿐 아니라 비접촉 X ray 촬영이 가능하며 비용은 기존의 1/10 수준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머디워터스는 "나녹스의 CEO인 란 폴리아킨이 의료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며, 나녹스가 말하는 기술은 영상기술 전문가들이 코웃음 치는 기술이다. 나녹스가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주식 밖에 없다" 등의 강도 높은 내용이 담긴 공매도 보고서를 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나녹스는 국내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투자한 회사입니다. 때문에 니콜라 스캔들에 이어 국내 대기업의 미국 투자 악재가 실현되는 듯한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SKT 나녹수 투자는 니콜라 꼴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나녹스와 SKT는 니콜라 스캔들처럼 진통을 겪게 될까요? 물론 진위여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나녹스 이슈는 니콜라 사태 만큼 SK텔레콤에게 파장을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두 가지면에서 나녹스 이슈는 다릅니다.
먼저 SK텔레콤이 투자한 금액이 시총에 비하면 극히 작다는 것입니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나녹스에 투자한 장부가액이 156억으로 잡혀 있는데, 이정도 돈이면 SKT가 올해 7월 불법보조금 제재로 과징금을 먹은 233억보다 적은 규모입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의 김홍식 연구원도"현재 SKT의 나녹스에 대한 투자 이득이 600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투자 규모도 적은 데다 200% 이상의 차익 발생이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둘째로 니콜라 사태와는 달리 회사측에서 즉각 공매도에 반박했고, 현지에서도 나녹스의 기술력에 대한 입장차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매도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CEO직에서 사임한 니콜라의 트레드 밀턴과 달리 란 폴리아킨 CEO는 미국 투자전문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 팀에는 세계 최고의 방사선 전문의가 있고, 이스라엘 병원에서 실제로 찍은 비교 이미지가 있다”고 밝히며 논란을 일축시켰습니다.
또한 "R&D비용이 기존의 GE 등 헬스케어 강자들에 비해서 의미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는 머디 워터스의 주장에 대해 "나녹스 기술의 근간인 FED(전계방출 디스플레이)는 소니가 1조원 이상 투자해 장기 개발한 기술로 나녹스가 기술과 개발진을 인수한 뒤에 디지털 X ray로 응용한 것이다.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해서 신사업을 하는 스타트업과 GE같은 대형 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금융투자 회사인 모트리풀(Motley Fool)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녹스의 유일한 이슈는 나녹스의 기기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소형화 분야의 세계적 리더인 소니가 처음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며 나녹스를 향후 3년내 생명공학 기업 톱 3 기업 후보로도 거론한 바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 역시 "나녹스는 우리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도 기술에 대해 검증하고 투자했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고, "미국의 공매도 세력이 성장 기업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나녹스와 파트너십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SK텔레콤 홍보팀에서 내부 합의없이 이런 보도 기사를 낼리 만무합니다. 즉 SK측은 여전히 나녹스의 기술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둘 중 하나입니다. 나녹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시트론과 머디 워터스가 일부러 나녹스에게 불리한 리포트를 낸 것이죠. 저는 SK텔레콤 주주로서 당연히 후자이길 바랍니다. (전자일 경우 SK텔레콤이 주주에게 줄 배당금을 날린 것이니까요)
공매도 세력이 저격한다고 해서 모두 적중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시트론과 머디워터스는 현재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를 과거에도 함께 공매도 공격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기술로 상장한 기술회사의 취약점을 공매도 기관이 물고 늘어질 때 흔들리지 않을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현재 SK텔레콤의 주가는 9.16일 이후 5% 이상 하락한 이후 다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8월 중순 급락했던 22만 5천원대의 매물은 깨지지 않았고, 23만원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모습입니다. 지금도 SKT의 시가배당률은 4%가 넘습니다. 현재 회사는 자사주매입을 진행 중이고, 연말에는 자회사들의 IPO 가시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3/4분기 어닝 시즌이 다가오며서 통신 부문의 실적도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하락장과 나녹스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이 누군가에겐 SKT 주식의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20/08/07 - [기업 분석] - SK텔레콤, 성장형 배당주로 변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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